2018. 1. 10. 08:57ㆍ한시와 명언 보기
主人夢說客 客夢說主人 今說二夢客 亦是夢中人 주인은 꿈을 나그네에게 말하고 나그네는 꿈을 주인에게 말하네. 지금 꿈 이야기를 나누는 두 나그네여! 꿈속에서 꿈 이야기 하고 있구나. -서산스님- | 大夢誰先覺 平生我自知 草堂春睡足 窓外日遲遲(*늦을지) 대몽을 누가 먼저 깨는가? 평생 살면서 이제 스스로 알았네 초당에서 봄 낮잠을 실컷 자고 나니 창밖에 해가 뉘엿뉘엿 저문다. -제갈량- |
사람 사는 것이 일상생활에 매여 사는 것임에도 때로는 일상을 탈출하여 어느 먼 곳으로 도피해 보고 싶을 때도 있다. 내가 처해 있는 이 현실을 잊어버리고 현실하고 전혀 다른 이상적인 유토피아를 꿈꾸는 허상들을 누구나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장자에 호접지몽(胡蝶之夢)이란 설화가 있다. 어느 날 장자가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나비가 되어 꽃을 찾아다니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잠이 깨었다. 깨고 보니 꿈에 나비였던 자기가 다시 사람인 장자였다. 이때 장자는 이런 생각을 한다. 사람이 꿈에 나비가 된 것인가, 나비가 꿈에 사람이 된 것인가?
이 이야기는 장자의 중심사상이라 할 수 있는 ‘물아일체(物我一體)’의 뜻을 비유하는 말이기도 하고 또한 ‘남가일몽(南柯一夢)’처럼 인생무상을 비유하는 이야기로도 해석되는 말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람 사는 현실을 꿈에 비유한 이야기들은 많다.
서산스님의 삼몽사(三夢詞)라는 시에도 꿈 이야기가 나온다. 금강산 백화암에 머물던 서산스님이 산을 내려와 길을 걷다가 어느 주막집에 다다랐다. 장시간 길을 걸어온 서산 스님이 다리가 아파 주막집 바깥쪽 툇마루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마침 주막 안채에서 주막집 주인과 지나던 과객이 술을 대작하며 나누는 이야기 소리가 들렸다.
무심코 엿들은 이야기 내용은 주인과 객이 간밤에 꾼 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각기 자기의 꿈 이야기를 하면서 해몽을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엿들은 서산 스님은 즉흥시 한 편을 지었다.
“주인은 꿈을 객에게 말하고
객은 꿈을 주인에게 말하네
이야기 주고받는 두 사람아!
꿈속에서 꿈 이야기 하고 있구나.”
꿈속에서 꿈을 이야기 한다는 것은 꿈 이야기 주고받는 것 자체가 꿈이란 말이다. 잠속에서 꾸는 꿈만이 아니라 미래에 희망을 가지는 가슴 속의 꿈 또한 잠자는 꿈속의 꿈이기도 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꿈은 언제나 이상적인 동경일 뿐 현실의 실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꿈이 어디까지나 꿈일 때에는 한 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기도 하다.
“꿈은 꾸어야 하는 것인가? 깨어야 하는 것인가?”
현실과 이상의 괴리 때문에 때로는 이 문제를 고민을 하는 수도 있다. 도를 깨치고자 하는 선(禪) 수행에서는 사람이 나고 죽는 생사를 ‘꿈’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생사대몽(生死大夢)’이라 하여 태어나는 것도 꿈이요 죽는 것도 꿈이라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삶을 잠으로 보고 죽음을 깨어나는 것이라고 한 말도 있다. 죽음이 사는 꿈에서 깨어나는 것이란 것은 톨스토이의 인생론에 나오는 말이다. 인생을 꿈으로 보고 산다는 것은 삶에 대한 달관된 눈으로 보는 말이지 세상을 염세적으로 보는 비관론자의 부정론은 아닐 것이다.
삼국지에 나오는 제갈량의 시에도 꿈을 말했다.
대몽을 누가 먼저 깨는가?
평생 살면서 이제 스스로 알았네
초당에서 봄 낮잠을 실컷 자고 나니
창밖에 해가 뉘엿뉘엿 저문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인생을 꿈으로 보는 이야기는 대개 도인이거나 달관자의 입에서 많이 나온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현실에 직면해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인생을 꿈으로 보기는 정말 어렵다는 사실이다. 희망의 꿈을 가지고 사는 사람에게 인생을 잠속의 꿈으로 보라는 건 자칫 허무주의나 패배주의에 빠질 염려가 있을 것 같고 그렇다고 도인이나 달관자들의 말을 부질없는 말이라고 흉볼 수도 없는 것이다.
어떻게 할까? “희망의 꿈을 구면서 생사의 꿈을 깨어나자.” 이렇게 종합한다면 멋진 슬로건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생사의 꿈을 깨어나자고 말하는 것은 사람은 누구나 살아 있는 한 죽음의 문제를 남겨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한시와 명언 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심가+하여가 (0) | 2018.01.16 |
---|---|
곡학아세 (0) | 2018.01.16 |
노요견마력 일구지인심 (0) | 2018.01.08 |
[스크랩] 신년 사자성어 인사말 모음 (0) | 2017.12.26 |
처염상정 (0) | 2017.1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