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해사 7암자 돌기

2024. 12. 25. 21:01산따라 길따라

如  犀  角  獨  步  行

>>>은해사 7암자 돌아보기<<<

0. 일시: 2024.12.28.(토) 09:14 ~ 14:56 (5시간 42분) * 단독

0. 코스: 은해사일주문-은해사-백련암-운부암-백흥암-중앙암-묘봉암-기기암-서운암-일주문

0. 거리: 23.8km

차가운 날씨가 겨울을 맛보게한다. 모처럼 시간을 잡아 은해사 7암자길에 나선다. 바람도 세차게 불고 계곡의 흐르는 물은 차가움에 얼음과 고드름으로 변해있다. 날씨가 가물었지 싶은데도 계곡물은 원없이 흘러내린다. 바람이 세차게 불다가 온화하다가 날씨도 제정신이 아닌듯하다. 오늘길은 산은 피하고 전부 차도를 이용하다보니 발바닥과 무릎에 조금이나마 손상을 받았지싶다. 제일 먼곳 중앙암 급오르막과 묘봉암 그리고 기기암 급오르막길이 넘 지치게 만든다. 지나면서 절길을 걷고 있는 또 다른 걷기분들에게 목례로 인사도 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그래도 전에부터 계획한 돌기를 오늘에서야 완주하니 또 한가지의 숙제를 해결해서 마음이 가볍다.

 

# 은해사 7암자 돌기(아래 좌측부터 돌기 순서)

#1 들머리- 은해사 일주문을 들어서면서 긴 여정이 시작된다.

* 은해사 - 한참만에 또 오지만 절을 지키는   450년의 향나무도 우람하게 서 있다. 과문한 탓인지 향나무의 위용에 놀랐다. 향나무도 수령을 더하고 더하게 되니 저렇듯 우람한 위용을 드러내는 구나 새삼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향나무는 어제나 오늘이나 변함이 없이 푸르게 빛을 내고 있다.

#2 백련암-기도도량인지라 잠시 사진 찍느라고 서성이니 얼른 나가달라고 한다.

#3 신일지3거리- 저수지가 공사중인지 고여 있던 물이 거의 없이 빈 저수지가 산꾼을 반긴다. 우틀하면 운부암, 좌틀하면 중앙암과 묘봉암 가는 길  출발후 2.9km지점/ 운부암 돌고 다시오니 7.3km지점으로 늘어난다. 1시간 35분 경과

#4 운부암- 운부암(雲浮庵)은 예로부터 수행처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天下明堂 北 摩訶 南 雲浮(천하명당 북마하 남운부)라고 북쪽은 금강산 마하연이 최고 수행처이고 남쪽은 운부선원이 최고 수행처라는 뜻으로 경허(鏡虛)큰스님과 성철(性徹)큰스님 같은 한국 현대 불교사의 중요 인물들도 이곳에서 수행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운부암을 창건했을 때 상서로운 구름이 떠서 ‘운부암’(雲浮庵)이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전해지는데, 창건 시기에 관해서는 711년(성덕왕 10)에 의상(義湘)이 창건했다고 이야기와 809년(헌덕왕 1) 혜철(惠哲)이 창건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711년은 의상이 이미 죽은 뒤이므로 정확한 창건 시기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고려시대에 화재로 소실되었다가 중건되었으나, 1860년(철종 11)에 다시 화재로 소실되었다고 합니다. 그후 응허(應虛)스님과 침운(枕雲)스님이 중건한 것이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겨울날이라 암자 앞에 있는 연못은 꽁꽁얼어 있고, 대웅전 뒷편의 고목(느티나무)는 세찬 바람에도 끄덕없이 지탱하고 있다.(속은 전부 썩어 없어졌다. 출발후 4.5km지점

 * 불이문-불이법문(不二法門)은 불교에서 중요한 철학적 개념으로 ‘불이(不二)’는 두 가지가 아님을 의미하며, 이원론적 사고를 초월하는 뜻으로 즉 차별이나 대립이 없는 하나의 진리를 상징한다. ‘법문(法門)’은 진리로 통하는 문, 즉 법(法)을 배우는 문을 의미한다. 따라서 불이법문은 모든 존재와 현상이 본질적으로 하나임을 깨닫고, 차별과 분별을 떠나는 진리의 길을 뜻합니다. 이 개념은 모든 것들이 근원적으로 하나라는 통합적 관점을 강조하며, 분별과 집착을 넘어선 상태를 지향한다라고 한다.(펀글)

 

#5 백흥암- 백흥암은 1년에 2번만 산문을 개방하는 비구니 도량으로  861년 신라 경문왕때 혜철국사가 짓기를 시작하여 873년에 창건하였으며, 정면에 2층 보화루 누각이 나타난다. 초파일과 백중일(음력7월 보름날)만 개방하는 암자로 2013년 영화"길 위에서"를 다큐 형태로 300일간 비구니의 출가사연과 수행과정 등 정식으로 스님이 되는 과정을 묘사한 영화이다.

보통땐 접근 금지다. 출발후 8.8km 1시간 55분 경과

#6 중앙암(돌구멍절)- 오르막길을 한참 땀을 빼고 나니 눈앞에 나타난다. 돌사이의 고목이 늘 봐도 이체롭다. 대웅전은 조그만하지만 항상 조용하다.  출발후11.3km 2시간 42분 경과

#7 묘봉암3거리- 중앙암 들렀다가 다시와서 직진해서 1.5km정도를 오른다. 출발후12.6km 3시간 9분 경과

#8 묘봉암(670m)- 묘봉암(妙峰庵) 833년(흥덕왕 8)에 심지(心地)왕사께서 창건하였다고 전해지는데 오랫동안 관음기도처와 수행처로서 전승되어오다가 1485년(성종 16) 중창하였고, 1780년(정조 4) 최근 중수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고한다. 현존하는 당우로는 입구에 휴식공간인 성적당(惺寂堂) 그리고 법당인 원통전(圓通殿)을 중심으로 왼쪽에 요사채가 있고 오른쪽 뒤편에 산령각(山靈閣)이 있으며, 원통전 아래 염불당(念佛堂)과 부목방(負木房)이 있다. 산 중턱에 절이 차지하고 있어 발품을 시기 팔아야만한다. 한참 공사중인지라 주변이 어지럽고 정면에 경산시지역이 한눈에 쏙 들어온다. 출발후14km 3시간33분 경과

 

#9 기기암 입구 겸 은해사 본관 주변- 여기서 우측으로 2.3km를 줄기차게 오름길을 치고 올라야하는데 같은 길을 하도 걸어선지 이젠 서서히 지키기 시작한다. 출발후 18.5km 4시간25분 경과

 

#10 기기암(489m)-입구에서 한참동안 지속 오름길을 치고 오른다. 여기를 지나 묘봉암과 선본사로 연결이 된다고한다.

 출발후21km 5시간2분 경과

 

#11 서운암- 기도도량인지라 안엔 들어갈 수가 없고 안내판을 이용해서 오늘 7번째 마지막 암자의 흔적을 남긴다. 출발후 23.4km 5시간 42분 경과

#12 은해사 연리지 나무- 은해사 길목에는 수종이 다른 참나무와 느티나무의 연리지가 있다. 참 드문 케이스로 그만큼 드라마틱하고 파격적이기 때문이다. 흔히 연리지는 백거이의 <장한가>에서 나오는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을 표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당 현종은 칠월 칠석날 깊은 밤에 양귀비(양옥환)와 '하늘에서는 비익조(比翼鳥)가 되고 땅에서는 연리지(連理枝)가 되자'고 맹약했으나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였다.(원문:在天願作比翼鳥 在地願爲連理枝) 그 당시 당나라 현종이 경국지색 양귀비를 만난 것은 현종이 55세 양귀비는 22세 때였다. 그 당시 양귀비는 현종의 며느리였지만 현종은 파격적으로 양귀비를 취한 것이다.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은 16년 지속되다 막을 내린다. 현종이 71세 양귀비가 38세 때다. 여기서 경국지색이라는 말이 응한다.양귀비에 빠져 지내다보니, 안록산의 반란에 직면하게 되고 결국 촉으로 피난 가는 길에 양귀비에게 자결하도록 하는 비극이 발생한다. 황제의 총명을 흐리게 했다는 죄명이다. 양귀비가 자결하고 현종은 피눈물을 흘렸다. 백거이는 <장한가>에서 '혈루상화루(血淚相和淚)'라고 읊었다.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사랑은 시작부터 비극을 잉태하고 있었다. 이렇게 연리지는 또 한면의 사랑을 나타내는 징표로 알려져 있다.(펀글)

*양귀비(楊貴妃:719-756) 楊貴妃의 본명은 玉環, 고향은 四川, 아버지 楊玄埮은 蜀州의 하급관리인 司戶였다 하나 早失父母하여 叔父 집에서 자라났음.

 

- 장한가(長恨歌)

                                                                                                                        백거이(白居易)

 

漢皇重色思傾國(한황중색사경국)    한 황제 사랑 그리워함에 나라는 기울어가네
御宇多年求不得(어우다년구불득)    오랜 세월 세상을 살펴도 구할 수 없구려
楊家有女初長成(양가유녀초장성)    양씨 가문에 갓 장성한 딸이 있었으나
養在深閨人未識(양재심규인미식)    깊숙한 규방에서 자라니 누구도 알지 못하나
天生麗質難自棄(천생려질난자기)    타고난 아름다움 그대로 묻힐 리 없어
一朝選在君王側(일조선재군왕측)    하루아침 뽑혀 군왕 곁에 있도다
回眸一笑百媚生(회모일소백미생)    눈웃음 한 번에 모든 애교가 나오니
六宮粉黛無顔色(륙궁분대무안색)    육궁에 단장한 미녀들의 안색을 가렸다오
春寒賜浴華淸池(춘한사욕화청지)    봄추위에 화청지에서 목욕함을 허락하여
溫泉水滑洗凝脂(온천수골세응지)    매끄러운 온천물에 기름진 때를 씻으니
侍兒扶起嬌無力(시아부기교무력)    시녀들 부축하여 일어나니 아름다움에 당할 힘이 없도다
始是新承恩澤時(시시신승은택시)    그때부터 황제 사랑받기 시작하였네
雲鬢花顔金步搖(운빈화안김보요)    구름 같은 귀밑머리, 꽃 같은 얼굴, 흔들거리는 금장식
芙蓉帳暖度春宵(부용장난도춘소)    부용 휘장 안은 따뜻하여 봄 깊은 밤을 헤아리니
春宵苦短日高起(춘소고단일고기)    짧은 밤을 한탄하며 해 높아서 일어나니
從此君王不早朝(종차군왕불조조)    이를 좇는 군왕은 이른 조회를 보지 않고
承歡侍宴無閑暇(승환시연무한가)    총애로 연회에 매이니 한가할 틈 없어
春從春游夜專夜(춘종춘유야전야)    봄을 좇는 춘정을 즐겨 온밤을 지새우니
後宮佳麗三千人(후궁가려삼천인)    빼어난 후궁에 미녀 삼천 있었지만
三千寵愛在一身(삼천총애재일신)    삼천의 총애가 그녀에 있으니
金屋粧成嬌侍夜(김옥장성교시야)    금 같은 방 단장하고 교태로 밤 시중들어
玉樓宴罷醉和春(옥누연파취화춘)    옥루 잔치 끝나면 춘정을 이루니
姉妹弟兄皆列士(자매제형개렬사)    자매와 형제 모두가 열사라
可憐光彩生門戶(가련광채생문호)    예쁘게 여기 가문에 광채가 나니
遂令天下父母心(수령천하부모심)    이로 하여금 세상 모든 부모들의 마음이
不重生男重生女(불중생남중생녀)    아들보다 딸 낳기를 중히 여기도다
驪宮高處入靑雲(려궁고처입청운)    화청궁 높이 솟아 구름 속에 들어 있고
仙樂風飄處處聞(선낙풍표처처문)    신선의 풍악은 바람 타고 어디서나 들려오네
緩歌慢舞凝絲竹(완가만무응사죽)    느린 노래 오만한 춤이 비단결과 피리에 맺히니
盡日君王看不足(진일군왕간불족)    군왕은 종일 넋 잃고 보아도 부족하도다
漁陽瞽鼓動地來(어양고고동지내)    돌연 어양 쪽 땅을 울리는 악관의 북소리 들려오니
驚破霓裳羽衣曲(경파예상우의곡)    예상우의곡에 깜짝 놀라도다
九重城闕煙塵生(구중성궐연진생)    구중궁궐에 연기 먼지 솟아오르고
千乘萬騎西南行(천승만기서남항)    수천수만 관군들은 서남으로 가고
翠華搖搖行復止(취화요요항부지)    천자의 기 흔들리며 가다가 서곤 하며
西出都門百餘里(서출도문백여리)    도성문 서쪽 백여리 마외역에는 
六軍不發無奈何(륙군불발무나하)    육군을 보내지 못해 어찌할 수 없어
宛轉蛾眉馬前死(완전아미마전사)    미인의 긴 눈썹이 구부러지며 굴러 군마 앞에 죽었네
花鈿委地無人收(화전위지무인수)    땅에 떨 군 꽃비녀 거두는 사람 없고
翠翹金雀玉搔頭(취교김작옥소두)    취교, 금작, 옥소두 땅에 흩어졌네
君王掩面救不得(군왕엄면구불득)    군왕은 얼굴 가린 채 구하지 못하고
回看血淚相和流(회간혈누상화류)    차마 돌린 두 눈에 피눈물이 흐르네
黃埃散漫風蕭索(황애산만풍소삭)    누런 흙먼지 일고 바람 쓸쓸히 부는데
雲棧縈紆登劍閣(운잔영우등검각)    구름 걸린 굽은 잔도 검각산을 오르네
峨嵋山下少人行(아미산하소인항)    아미산 아래에는 오가는 이도 드물어
旌旗無光日色薄(정기무광일색박)    천자 깃발 빛을 잃고 햇빛도 희미하네
蜀江水碧蜀山靑(촉강수벽촉산청)    촉강 맑게 흐르고 촉산은 푸르건만
聖主朝朝暮暮情(성주조조모모정)    황제는 아침저녁 양귀비 생각에 잠겨
行宮見月傷心色(항궁견월상심색)    행궁에서 보는 달에 마음 절로 상하고
夜雨聞鈴腸斷聲(야우문령장단성)    밤비에 들리는 방울소리는 애간장 끊어지는 소리요
天旋地轉回龍馭(천선지전회룡어)    천하 정세 변하여 황제 돌아오는 길에
到此躊躇不能去(도차주저불능거)    마외역에 이르러는 걸음 뗄 수 없었네
馬嵬坡下泥土中(마외파하니토중)    말 높은 고래 아래 진흙더미 속에는
不見玉顔空死處(불견옥안공사처)    고운 얼굴 어디 가고 죽은 자리만 남아
君臣相顧盡沾衣(군신상고진첨의)    임금 신하 서로 보며 눈물 옷깃 적시네
東望都門信馬歸(동망도문신마귀)    동쪽 도성문 향해 말에 길을 맡겨 가니
歸來池苑皆依舊(귀내지원개의구)    돌아와 본 황궁의 정원은 변함없어
太液芙蓉未央柳(태액부용미앙류)    태액지의 부용도 미양궁의 버들도
芙蓉如面柳如眉(부용여면류여미)    부용은 양귀비 얼굴 버들은 눈썹
對此如何不淚垂(대차여하불누수)    이들을 대하고 어찌 아니 눈물 드리우리
春風桃李花開日(춘풍도리화개일)    봄바람에 복숭아며 살구꽃이 만발하고
秋雨梧桐葉落時(추우오동섭낙시)    가을비에 젖어 오동잎이 떨어져도
西宮南內多秋草(서궁남내다추초)    서궁과 남원에 가을풀 우거지고
落葉滿階紅不掃(낙섭만계홍불소)    낙엽이 섬돌을 덮어도 쓸지 않으니
梨園子弟白發新(리원자제백발신)    이원의 자제들은 백발이 성성하고
椒房阿監靑娥老(초방아감청아노)    양귀비 시중들던 시녀들도 늙었네
夕殿螢飛思悄然(석전형비사초연)    반딧불 나는 저녁 궁궐 더욱 처량하여
孤燈挑盡未成眠(고등도진미성면)    등불 심지 다 타도록 외로이 잠 못 드니
遲遲鍾鼓初長夜(지지종고초장야)    더딘 종과 북소리에 밤이 길다는 것을 알았네
耿耿星河欲曙天(경경성하욕서천)    은하수 반짝이며 새벽은 다가오고
鴛鴦瓦冷霜華重(원앙와냉상화중)    원앙같이 금슬 좋은 기와는 차고 서리꽃이 심해지나
翡翠衾寒誰與共(비취금한수여공)    함께 덮을 이 없는 싸늘한 비취 금침
悠悠生死別經年(유유생사별경년)    생사를 달리한 지 아득하니 몇 년인가
魂魄不曾來入夢(혼백불증내입몽)    꿈속에 혼백마저 만나볼 수 없네
臨邛道士鴻都客(림공도사홍도객)    임공의 도인이 도성에서 머무는데
能以精誠致魂魄(능이정성치혼백)    정성으로 혼백을 불러올 수 있다 하니
爲感君王輾轉思(위감군왕전전사)    양귀비 그려 잠 못 드는 군왕을 위해
遂敎方士殷勤覓(수교방사은근멱)    방사시켜 양귀비 혼백 찾게 하였네
排空馭氣奔如電(배공어기분여전)    허공을 가르고 번개처럼 내달아
升天入地求之遍(승천입지구지편)    하늘 끝에서 땅 속까지 두루 찾아
上窮碧落下黃泉(상궁벽낙하황천)    위로는 벽락 아래로는 황천까지
兩處茫茫皆不見(량처망망개불견)    두 곳 모두 망망할 뿐 찾을 길이 없는데
忽聞海上有仙山(홀문해상유선산)    홀연 들리는 소문 『바다 위에 선산 있어
山在虛無縹緲間(산재허무표묘간)    그 산은 아득한 허공 먼 곳에 있고,
樓閣玲瓏五雲起(누각령롱오운기)    누각은 영롱하고 오색구름이 일어
其中綽約多仙子(기중작약다선자)    그곳에 아름다운 선녀들이 사는데,
中有一人字玉眞(중유일인자옥진)    그중 옥진이라 하는 선녀 하나 있으니
雪膚花貌參差是(설부화모삼차시)    눈 같은 피부와 고운 얼굴 그인 것 같다』 하네
金闕西廂叩玉扃(김궐서상고옥경)    황금 대궐 서쪽 방의 옥문을 두드리고
轉敎小玉報雙成(전교소옥보쌍성)    소옥시켜 쌍성에게 알리도록 말 전하니
聞道漢家天子使(문도한가천자사)    한황제의 사자가 왔다는 말 전해 듣고
九華帳里夢魂驚(구화장리몽혼경)    꿈에 깨어 놀라는 화려한 장막 안의 혼백
攬衣推枕起徘徊(람의추침기배회)    옷을 들고 베개 밀고 일어나 서성이더니
珠箔銀屛迤邐開(주박은병이리개)    길게 이어진 구슬발과 은병풍 열리니
雲髻半偏新睡覺 운계반편신수각)    구름 같은 머리 한쪽으로 드리우고 막 잠에 깬 듯 
花冠不整下堂來(화관불정하당내)    머리장식 안 고친 채 당에서 내려오네
風吹仙袂飄飄擧(풍취선몌표표거)    바람 부는 대로 소맷자락 나부끼니
猶似霓裳羽衣舞(유사예상우의무)    예상우의무를 추던 그 모습인 듯
玉容寂寞淚欄干(옥용적막누난간)    옥 같은 얼굴 수심 젖어 눈물이 난간에 흐르니
梨花一枝春帶雨(리화일지춘대우)    활짝 핀 배꽃 한 가지 봄비에 젖은 듯하구나
含情凝睇謝君王(함정응제사군왕)    정어린 눈길 돌려 군왕에게 사뢰니
一別音容兩渺茫(일별음용량묘망)    헤어진 뒤 옥음, 용안 듣고 뵙지 못하여
昭陽殿里恩愛絶(소양전리은애절)    소양전에서 받던 은총도 끊어지고
蓬萊宮中日月長(봉래궁중일월장)    봉래궁에서 보낸 세월이 오래건만
回頭下望人寰處(회두하망인환처)    머리 돌려 저 아래 인간 세상 보아도
不見長安見塵霧(불견장안견진무)    장안은 보이지 않고 짙은 안개와 먼지뿐
唯將舊物表深情(유장구물표심정)    장차오래 지닐 물건으로 깊은 정을 표하려니 
鈿合金釵寄將去(전합김채기장거)    자개 상자와 금비녀를 가지고 가라 하네
釵留一股合一扇(채류일고합일선)    비녀는 반 쪽씩 상자는 한 쪽씩
釵擘黃金合分鈿(채벽황김합분전)    황금 비녀 토막내고 자개 상자 나눴으니
但敎心似金鈿堅(단교심사김전견)    두 마음 이처럼 굳고 변치 않는다면
天上人間會相見(천상인간회상견)    천상에든 세상에든 다시 보게 되리라네
臨別殷勤重寄詞(림별은근중기사)    헤어질 즈음 간곡히 다시 하는 말이
詞中有誓兩心知(사중유서량심지)    두 마음 만이 아는 맹세의 말 있었으니
七月七日長生殿(칠월칠일장생전)    칠월 칠일 장생전에
夜半無人私語時(야반무인사어시)    인적 없는 깊은 밤 속삭이던 말
在天願作比翼鳥(재천원작비익조)    하늘을 나는 새가 되면 비익조가 되고
在地願爲連理枝(재지원위련리지)    땅에 나무로 나면 연리지가 되자고
天長地久有時盡(천장지구유시진)    천지 영원하다 해도 다할 때가 있겠지만
此恨綿綿無絶期(차한면면무절기)    이 슬픈 사랑의 한 끊일 때가 없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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