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브레이크 풀려서 사고가 난다면?

운전자도 없었는데"..비탈길 주정차 사고, 보상은 어떻게?운전자 과실 100%

       

비탈길에 세워둔 차량이 갑자기 밀리면서 지나가던 행인을 덮치는 ‘날벼락’같은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주정차해둔 차량의 사이드브레이크가 풀리면서 차량이 제멋대로 굴러가며 사상자를 내는 것이다.

지난 주에는 24일 5세 여아 1명, 22일 50대 남성 1명, 21일 60대 여성 1명 등이 비탈길에서 미끄러진 차량에 깔려 사망했다.

이처럼 운전자가 탑승하지 않았던 차가 갑자기 움직여 발생한 사고의 보상은 어떻게 진행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운전자의 100% 과실이므로, 밀려내려온 차량 주인의 보험으로 손해배상을 받는다. 전문가들은 “차를 정확히 주차하지 못한 운전자의 잘못”이라고 말한다.

경사진 길에 주정차해놓은 차가 갑자기 움직이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사진=현대해상 제공

사이드브레이크 사고는 형법 268조에 따라 운전자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적용받는다. 경사진 곳에선 차량 바퀴를 고임목이나 돌 등으로 받쳐 미끄러지지 않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업무상과실로 치부된다. 또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으로 처리가 될 수 있다.

◆ 법원보다 짠 보험사 기준

비탈길 주정차 사고는 피해자 과실이 전혀 없는 교통사고다. 피해자과실이 ‘0’인 사고로 발생한 피해에 대한 보험금은 보험사보다 법원이 더 높게 책정한다. 피해자 과실이 없는 교통사고 사망 위자료는 보험사 기준 4000만~4500만원, 법원 기준 1억원이다.

일실수입(사고가 없었더라면 피해자가 장래에 얻을 수 있었으리라 예측해 계산하는 이익·소득)도 보험사보다 법원이 더 많이 인정해준다.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 발생시 보상금은 일실수입과 장례비(보험사 300만원, 법원 500만원), 위자료를 합쳐 책정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사고 발생시 보험 약관 기준을 따르기보다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편이 낫다고 권한다.

한문철 교통사고전문 변호사는 “사고를 당한 사람의 나이가 어릴수록 법원에 소송을 해서 보험금을 책정받는 것이 좋다”면서 “어린이는 1억5000원, 30대는 1억원, 40대는 8000만원, 50대는 5000만원 이상 보험사와 법원의 보상금 책정액이 차이난다”고 말했다.

피해자과실 없는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 시 보험사 기준 보다 법원의 계산법으로 책정된 보상금 규모가 더 크다./조선일보DB

한 변호사에 따르면 24일 사고에서 희생된 5세 아동의 경우 보험사의 기준으로는 1억8200만원의 보상금이 책정된다. 그러나 법원 기준으로는 3억6700만원을 보상받을 수 있다. 보상 규모가 2배 가까이 차이나는 것이다.

22일 사고에서 희생된 50대 남성(일용직으로 가정)은 법원 기준으로 하면 2억3900만원의 보상금이 책정되지만, 보험사 약관 기준으로 하면 1억7300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21일 사고에서 희생된 60대 주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법원 방식으로 하면 장례비 500만원과 위자료 1억원을 합쳐 총 1억500만원으로 보상금이 책정된다. 하지만 보험사 기준으로 하면 보상금은 8700만원으로 훨씬 적다.

◆ 비탈길 주차시 핸들 꺾어놓고 바퀴에 고임목 해놓아야

밀려 내려 와서 사고를 낸 차량은 화물 트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이었다. 차체가 무거운 차종들이다. 차량의 사이드브레이크를 허술하게 걸어놓거나, 기어를 주차(P)가 아니라 중립(N)에 놓으면 밀려내려갈 가능성이 커진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경사진 곳에 차를 주차할 때는 사이드브레이크를 완전히 당겨 올리고, 핸들을 꼭 꺾어놓아서 바퀴 방향을 가로로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트럭이나 버스, SUV 등 무거운 차량의 운전자는 고임목을 가지고 다니면서 주차를 마친 뒤에 바퀴 밑에 꽂아두어야 한다”면서 “사이드브레이크가 자연스럽게 풀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인명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이 같은 습관을 반드시 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임목을 따로 구비해놓지 않았다면, 임시방편으로 주변에 있는 벽돌, 바위라도 받쳐놓는 것이 안전을 지킬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