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1. 24. 16:07ㆍ긴 여행길(子-軍入隊)
군인의 군복
각양의 세상살이라 그렇거니
어떻듯, 구색에 맞출 옷 한 벌을 꾸려삽니다.
몸에 걸친 옷매무새가 처음부터 꼭맞진 않아도.
생활의 때가 앉아, 지워지지 않고
세상의 땀이 고여, 털어도 마르지 않고
세월의 자취로 남아, 찌들어 얼룩으로 새기고
스님 승복엔 솔향이 깃들어야 장삼이라할테지
머스매 저고리엔 심향이 맺혀야 마고자라할테지
님들 자제에게 입혀둔 군복은 어떨런지요...?
병장 고참에 전역을 걸어둔 형국이니
제 몫의 군복 테가 그윽할런지도.
^ 이등병의 군복
옷 색깔은 곱고, 질감은 톡톡하니 탄탄합니다.
갓 지급 받은 탓에, 보급품 인식 또한 각별하긴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틈이 보입니다.
도대체 주름을 잡을라쳐도, 영내 추임새가 살질 못합니다.
어느 것은 크고, 넓고, 느슨하고...
어쩌면... 제 몸에 맞지않을 복색으로, 옷에 몸을 맞춥니다.
"개강 모임이 있습니다."
작은 놈은 고작 1학기를 마치고 군복을 입었으니
대한공군 병장을 경험했으되, 겨우 1학년인 셈일테다.
"이눔아... 세상 곁이긴해도 이등병인 셈이야."
모르긴해도.
노랑 견장 떠올릴 수 있어야 사람 구실할게야
^ 일병의 군복
품질과 기능이 좋아진 일등 군복이라고 합니다.
사시사철 입어야겠기에, 거북스러움을 밀어내긴 했지만
아무리 보아도 작업복으로 보입니다.
도대체 작업은 끊이질 않고, 약복은 다려만 둡니다.
맡아하고 찾아해도, 명령은 속절없고...
어쩌면... 제 일생에는 없었을 직분으로, 옷에 흙을 매답니다.
"주말엔 알바해야 됩니다."
두놈이 함께 가져다 쓸 가욋돈이 적잖으니
등록금은 잊혀졌으니, 가용돈 올려달란 소리렷다.
"이눔아... 애비는 어떻든 몫을 줄일 셈이야."
그렇긴해도.
일병 달고 작업비 제대로 받는다고 생각해 봐
^ 상병의 군복
청춘으로 살던 어깨에 젊음의 견장이 달립니다.
발 아래 눌렀던 시절을 알기에, 남은 시간을 홀대하진 못해도
어떻게 입혀놓아도 군복이 됩니다.
그도 직책이라고, 호통은 높고 매섭습니다.
채근하고, 교육 시키고, 선봉에 서고...
어쩌면... 비로소 세상이 바른 것 같은, 옷에 사명을 새깁니다.
"논문 통과됐다고 합니다."
큰놈이 작은 놈과 함께할 마지막 학기려니
졸업을 감질이되, 세상 녹록치 않음은 보았으렷다.
"이눔아... 말년으로 누린 꿈은 군복으로 끝난 셈이야."
어찌되었건.
상병 넘기고팠던 바램으로 세상 가늠해 봐
^ 병장의 군복
군 철책 울타리에 솟은 나팔꽃이 보입니다.
어느 것 하나 눈에 거슬리지 않기에, 군인으로 바라봅니다.
누가 뭐라해도 군인으로 삽니다.
시간은 더디기만 하지만, 후임이 안스럽기만 합니다.
총 잡아주고, 밥 챙겨주고, 웃겨 주고...
어쩌면... 제 몸에 부모 향내 스친 것 같은, 옷으로 사람을 품습니다.
"취업과 대학원을 함께해 볼랍니다."
애비처럼 살지 않았으면 한다는 대꾸려니
제 몫으로 꾸릴 오늘을, 애비에게 들려줌이렷다.
"이눔아... 전역과 동시에 부자는 수평관계 인거야."
무얼하고 살든.
병장으로 소대원 챙기던 사람으로만 살아주렴
##
댓돌 옆에 치우지 못한 신발 한 켤레.
비스듬히 눌린, 뒷굽으로 밟았을 세상이 열립니다
옷장 깊숙히 덜어내지 못한 겉옷 한 벌.
서리처럼 앉을, 먼지로 감싸던 세월이 고입니다
사랑방 쪽문 위에 내걸린 사진 한 장.
뉘엿한 석양으로, 지우지 못할 시간이 멈춥니다
* 20**년 어떤 날엔가.. 제대군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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