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가(정철)

2019. 1. 7. 17:21한시와 명언 보기

훈민가


1) 부의모자(父義母慈)

 

아바님 날 낳으시고 어마님 날 기르시니

두 분 곳 아니면 이 몸이 살아시랴

하날 같은 은덕을 어디다혀 갚사올고

아버님 나를 낳으시고 어머님 나를 기르시니

두 분이 아니었다면 이 몸이 살아 있겠는가?

하늘 같은 은덕을 어떻게 다 갚을까?

 

2) 군신유의(君臣有義)

님금과 백성과 사이 하늘과 따히로되

내의 설은 일을 다 알오려 하시거든

우린들 살진 미나리를 혼자 어찌 먹으리.

임금과 백성 사이 하늘과 땅이로되

나의 서러운 일을 다 알려 하시거든

우린들 살찐 미나리를 혼자 어찌 먹겠는가?

 

3) 형우제공(兄友弟恭)

형아 아우야 네 살을 만져 보와

뉘손대 타나관대 양재조차 같으슨다

한 젖 먹고 길러나이셔 닷마음을 먹디 마라.

형아, 아우야 너의 살을 만져 보아라

누구에게 태어났기에 모습조차 같으냐

같은 젖을 먹고 길러 졌으니 다른 마음을 먹지 마라.

 

4) 자효(子孝)

어버이 살아신 제 섬길 일란 다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닯아 엇지하리

평생에 고쳐 못할 일이 이뿐인가 하노라.

어버이 살아 계실 때 섬길 일 다하여라

지나 간 후에 애닮다 한들 어찌하리오

평생에 다시 못 할 일이 이것 뿐인가 하노라.

5) 부부유은(夫婦有恩)

한 몸 둘에 난화 부부를 삼기실샤

이신 제 함께 늙고 죽으면 한 데 간다

어디서 망녕읫 것이 눈 흘기려 하나뇨.

 

한 몸 둘로 나누어 부부로 만드셨구나

있을 때 함께 늙고 죽으면 한 곳으로 간다.

어디서 망령된 것이 눈을 흘리려 하느냐.

 

6) 남여유별(男女有別)

간나희 가는 길흘 사나희 에도듯이,

사나희 녜는 길흘 계집이 치도듯이,

제 남진 제 계집 하니어든 일홈 묻디 마오려.

아낙네 가는 길을 사나이가 돌아 가듯이

사나이 가는 길을 아낙네가 돌아 가듯이

제 남편 제 아낙이 아니거든 이름을 묻지 말아라.

 

7) 자제유학(子弟有學)

네 아들 효경(孝經) 읽더니 어도록 배홧느니

내 아들 소학은 모래면 마츨로다

어느 제 이 두 글 배화 어질거든 보려뇨.

너의 아들 효경을 읽었더니 어디까지 배웠는가

내 아들 소학은 모레면 끝마친다

어느 대 이 두글을 배워 어질게 된 것을 보겠는가.

8) 향려유례(鄕閭有禮)

마을 사람들아 옳은 일 하자스라

사람이 되어나서 옳지옷 못하면

마소를 갓 곳갈 싀워 밥 먹이나 다르랴.

마을 사람들아 옳은 일 하자꾸나.

사람이 되어서 옳지 못하면

말과 소에 갓이나 고깔을 씌워 밥을 먹이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느냐.

 

9) 장유유서(長幼有序)

팔목 쥐시거든 두 손으로 받치리라

나갈 데 겨시거든 막대 들고 좇으리라

향음주(鄕飮酒) 다 파한 후에 뫼셔 가려 하노라.

팔목을 쥐시거든 두 손으로 받치리라.

외출할 곳이 계시거든 지팡이를 들고 따라 가리라.

향음주가 다 끝난 후에 모시고 가려 하노라.

 

10) 붕우유신(朋友有信)

남으로 삼긴 중에 벗같이 유신(有信)하랴

내의 왼일을 다 닐오려 하노매라

이 몸이 벗님곳 아니면 사람됨이 쉬울가.

남으로 태어난 가운데 벗처럼 믿음이 있겠느냐

나의 잘못된 일을 다 말하려 하는구나.

이몸이 벗님이 아니었다면 사람되기가 쉬울까.

11) 빈궁우환 친척상구(貧窮憂患 親戚相救)

어와 저 조카야 밥 없이 어찌 할고

어와 저 아자바 옷 없이 어찌 할고

머흔 일 다 닐러사라 돌보고저 하노라.

, 저 조카야 밥 없이 어찌할까.

, 저 아저씨 옷 없이 어찌할까.

어려운 일 다 말해주오 돌보고자 하노라.

 

12) 혼인사상 인리상조(婚姻死喪 隣里相助)

네 집 상사들흔 어드록 찰호슨다

네 딸 서방은 언제나 마치느슨다

내게도 없다커니와 돌보고져 하노라.

네 집 장례는 어떻게 치르는가.

네 딸 혼례는 언제 치르려 하는가

내게는 없지만 돌보고자 하노라.

 

13) 무타농상(無惰農桑)

오늘도 다 새거다 호미 메고 가쟈스라

내 논 다 매여든 네 논 졈 매여 주마

올 길에 뽕 따다가 누에 먹여 보자스라.

오늘도 날이 다 새었다. 호미 메고 가자꾸나

내 논 다 매거든 너의 논도 좀 매어 주마

오는 길에는 뽕을 따다가 누에 먹여 보자꾸나.

 

14) 무작도적(無作盜賊)

비록 못 입어도 남의 옷을 앗디 마라

비록 못 먹어도 남의 밥을 비지 마라

한적곳 때 실은 휘면 고쳐 씻기 어려우니.

비록 못 입어도 남의 옷을 빼앗지 마라.

비록 못 먹어도 남의 밥을 구걸하지 마라

한 번이라도 때가 묻은 후면 다시 씻기 어려우니

 

15) 무학도박, 무호쟁송(無學賭博.無好爭訟)

상륙(象陸) 장긔 하지 마라 송사 글월 하지 마라

집 배야 무슴 하며 남의 원수 될 줄 어찌

나라히 법을 세우샤 죄 있는 줄 모르난다.

내기 장기를 두지 마라 소송하는 글을 올리지 마라.

집을 망치어 무엇하며 나의 원수가 될 줄 어찌 알겠느냐

나라가 법을 세우시어 죄 있는 줄 모르느냐.

 

16) 반백자불부대(斑白者不負戴)

이고 진 저 늙은이 짐 풀어 나를 주오

나는 저멋거니 돌이라 무거울가

늙기도 설웨라커든 짐을조차 지실가.

이고 진 저 늙은이 짐을 벗어 나를 주오

나는 젊었거늘 돌인들 무거울까.

늙기도 서러운데 짐까지 지시면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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